성경에서 가장 긴 장은 시편 119편이고, 창세기에서 가장 긴 장은 24장입니다. 이 긴 장에서 하나님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으십니다. 하늘이 열리지도, 불이 내리지도, 천사가 나타나지도 않습니다. 등장하는 것은 늙은 종, 낙타 열 마리, 우물 하나, 물 길으러 나온 처녀뿐입니다. 왜 성경은 하나님이 말씀하지 않으신 이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기록했을까요?
사라는 죽었고 이삭에게는 아내가 없어 언약이 끊어질 위기입니다. 그런데 아브라함은 종에게 말합니다. "여호와께서 … 그 사자를 너보다 앞서 보내실지라"(24:7). 그의 논리는 분명합니다. 하나님이 나를 부르셨고, 약속하셨고, 그러므로 하나님이 앞서 가신다. 운(運)은 오늘 아침 기분에 달려 있지만, 섭리는 하나님의 약속에 달려 있어 흔들리지 않습니다. 우리의 확신도 내 마음 상태가 아니라 "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"(마 28:20)는 약속 위에 세워집니다.
우물가에 도착한 종은 아무 정보도, 아는 사람도 없었습니다. 그래서 기도합니다. "내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여 원하건대 오늘 나에게 순조롭게 만나게 하사"(24:12). 여기 "만나게 하사"는 "우연히 마주치게 하소서", 곧 "하나님, 오늘 저에게 그 우연을 일으켜 주소서"라는 뜻입니다. 칼뱅은 이를 이렇게 풀었습니다. "주께서 이 일을 인도하지 않으시면, 제가 아무리 사방을 살피고 애써도 다 헛것입니다." 오늘 내가 계획하고 만나는 모든 일에 "하나님, 우연을 일으켜 주소서"라고 기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.
기도가 응답되자 종이 한 일은 "머리를 숙여 여호와께 경배"(24:26)한 것입니다. 그리고 고백합니다. "여호와께서 길에서 나를 인도하사"(24:27) — 여기 "인도하사"는 "나를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"(시 23:3)와 같은 단어로, 한 목적지가 아니라 삶 전체를 인도하신다는 뜻입니다. 똑같은 일을 겪어도 어떤 사람은 "운이 좋았다" 하고, 어떤 사람은 "주께서 인자와 성실을 끊지 아니하셨다" 고백합니다. 섭리는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읽는 것입니다.
이 24장은 하나님의 음성이나 환상 없이 사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투영합니다. 그러나 이 결혼이 없었다면 야곱도, 유다도, 다윗도, 예수 그리스도도 없었을 것입니다. 구속사의 중요한 사건 하나가 우물과 저녁 물 한 모금으로 이루어졌습니다. 하나님은 조용하시지만 앞서 가시고 앞서 행하십니다. 아들을 주신 분이 오늘 하루 우리를 붙들지 않으시겠습니까?
※ 위 내용은 설교 요약입니다. 실제 강단에서 선포한 내용과 표현이 일부 다를 수 있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