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. 에서를 피해 도망친 청년 야곱이 이제 두 아내와 자식들과 많은 가축을 거느린 장년이 되어 하란에 있습니다. 그런데 본문은 이 20년의 결산을 라반 아들들의 눈으로 시작합니다. "야곱이 우리 아버지의 소유를 다 빼앗고"(31:1), 라반의 얼굴빛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(31:2). 억울한 오해, 싸늘해진 관계, 언제 터질지 모를 위험 속에 야곱이 서 있습니다.
바로 그 자리에서 하나님이 말씀하십니다. "네 조상의 땅 네 족속에게로 돌아가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리라"(31:3). 야곱이 먼저 결단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먼저 말씀하셨고, 그것은 "벧엘에서 … 네가 내게 서원하였으니"(31:13)로 이어집니다. 20년 전 도망자 야곱에게 하신 그 약속(28:15)의 성취입니다. 우리가 순종하는 이유는 오늘 기분이 그래서가 아니라 주께서 이미 약속하셨기 때문입니다. 형편이 순종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.
야곱은 라반이 품삯을 열 번이나 바꾸며 골탕 먹인 이야기를 꺼냅니다(31:7). 그런데 그때마다 오히려 야곱의 가축이 늘었습니다. 그 20년 동안 야곱이 "하나님이 나를 지켜 주셨구나" 알았겠습니까? 그 순간에는 그저 억울하고 피곤하고 계산이 안 맞는 나날이었을 것입니다. 그러나 20년 뒤 그 자리에서 돌아보니 "내 아버지의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셨느니라"(31:5) 고백합니다. 고난의 한복판에서는 하나님의 손길을 보기 어렵지만,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그 캄캄한 시절에도 하나님이 한 걸음도 떠나지 않으셨음을 뒤늦게 발견합니다.
하나님은 밤에 라반의 꿈에 나타나 "너는 삼가 야곱에게 선악간에 말하지 말라"(31:24) 경고하십니다. 라반은 여전히 야곱을 뒤쫓았고 여전히 화가 나 있었지만, 하나님이 그 입에 재갈을 물리셨습니다. 나를 향해 나쁜 말과 나쁜 일을 할 수 있었던 사람인데 이상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순간 —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이 그 입과 손을 붙드셨기 때문입니다.
※ 위 내용은 설교 요약입니다. 실제 강단에서 선포한 내용과 표현이 일부 다를 수 있습니다.